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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베어스

인터넷엔 없는 곰들의 이색 기네스




평상시 가장 말이 많은 선수로는 안경현 선수가 뽑혔다. 팀 내 최고참으로 모든 부분에 솔선수범하는 'FA 모범생' 안경현 선수는 라커룸에서 후배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농담뿐만 아니라 상대 투수 분석 등 야구 관련 이야기로 입술에 침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 고참 선수가 이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곧바로 선수단 전체 분위기로 이어져 두산이 자랑하는 끈끈한 팀워크의 원동력이 된다.

안경현 선수 다음으로 말이 많은 선수는 나주환 선수. 워낙 '개구쟁이', '장난꾸러기' 인상인데다 기자, 야구 관계자 할 것 없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귀염성 있게 다가가 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말을 붙이니 실제보다 더 말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가장 말이 없는 선수는 '골든 보이' 금민철 선수. 하루에 두 마디 이상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게 선수 대부분의 이야기다. 그럼 금민철 선수가 하루 동안 말한다는 두 마디는 뭘까? 야구장에 왔을 때 '안녕하십니까?'와 집에 갈 때 '수고하셨습니다.' 이 두 마디….

말 없기론 강동우 선수도 금민철 선수 못지 않다. 연습시간 2~3시간 전에 미리 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정도로 성실하고, 탄탄한 실력에 잘 생긴 외모까지 갖추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강 선수. 그러나 활발한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게 말이 별로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사투리 때문이다. 대구 토박이인 그는 강한 경상도 억양을 갖고 있는데, 입만 열면 '깬다'고 말하는 동료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말수가 적어졌다고 한다.



군인들이 자신의 총기를 '애인'이라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처럼 타자들은 자신의 야구배트를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며 깎고 다듬고 정성껏 손질한다.

최저 10만 원부터 최고 20만 원까지 나가는 고가의 방망이를 가장 많이 부러뜨리는 선수는 누굴까? 바로 홍성흔, 전상렬, 고영민 선수가 BIG 3. 홍성흔 선수는 한 타석에 최고 세 개의 방망이가 부러진 적도 있을 만큼 이 부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장타를 노릴 때 방망이가 특히 많이 부러진다고 한다.

그럼 가장 방망이를 적게 부러뜨리는 선수는? 주인공은 예상과 달리 팀내 최다 홈런을 기록하고 있으며 홈런 부문 3위(7월 29일 현재 13개)에 랭크되어 있는 안경현 선수. 이유를 물어 보니 '나에게 배트를 공급하는 스폰서 업체가 많이 부러지면 그만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부러 단단히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한다.



선수단이 야구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라커룸. 옷도 갈아입고 TV를 보면서 편안하게 휴식도 취하는 등 집으로 치면 안방이나 마찬가지다.올해 초 선수단 편의를 위해 최고의 시설로 탈바꿈한 라커룸을 가장 깨끗하게 사용하는 선수와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선수는 과연 누굴까?

그 주인공은 개인 라커가 서로 옆에 있어 이웃사촌인 용덕한과 이종욱 선수. 용덕한 선수는 안방 살림을 도맡아 하는 포수인 만큼 '각 잡힌' 유니폼 배열이 돋보이고, 스파이크, 신발, 글러브 등 개인 물품 정리가 항상 깔끔하다.

반면 바로 이웃인 '두산의 신형엔진' 이종욱 선수는 유니폼, 신발, 슬리퍼 등 개인 물품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늘 방황하고 있다. 라커가 가장 지저분한 선수로 선정됐다고 하자 이종욱은 강하게 반발하며 이렇게 변명한다.

"덕한이의 깔끔한 라커가 바로 옆에 있어 지저분하게 보일 뿐, 제 라커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지저분한 건 아니에요! 저기 보세요! OO와 OO가 더 더럽잖아요!" (두 명의 선수는 상상에 맡깁니다.)



뜨거운 여름철. '난 밥 힘으로 버틴다' 베어스 선수 중에 가장 밥을 많이 먹을 것 같은 선수는? 생각해 보면 답은 굉장히 쉬울 것 같다. 한 덩치 하면서 베어스 마스코트인 곰의 이미지와 닮은 김동주, 최준석 선수….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최고의 대식가로 뽑힌 선수는 다름 아닌 '베어스 캡틴' 홍성흔 선수. 홍 선수는 많이도 먹지만 자주 먹기로 선수단 내에서 유명하다. 한 예로 원정경기 시 홍성흔 선수의 식사는 최대 여섯 끼라고….

오전 10시 아침 한 끼, 경기를 위해 숙소를 출발하기 전 점심 한 끼, 경기 중 과일과 빵, 삶은 계란, 감자 등으로 간식 한 끼, 경기가 끝난 후 저녁 한 끼, 서울로 올라오는 휴게소에서 라면 한 끼, 집으로 돌아가 야식 한 끼 등 최대 여섯 번의 식사를 하루에 해치운다.

그도 그럴 것이 포수로서 하루에 수백 번씩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고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하는 5번 타자로 나서니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2006 올스타전 타자 스피드킹을 차지한 '얼짱 유격수' 손시헌 선수의 강한 어깨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바로 배드민턴이 그 비결. 워낙 타고난 강견이기도 하지만 어깨와 손목 단력 및 순발력 향상에 배드민턴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고 말한다. 배트민턴을 같이 쳐본 이종욱 선수에 의하면 강한 스매싱은 올림픽 금메달 감이라고….

한편 선수들이 직접 선정한 'OOO 선수는 OOO 종목을 했어도 잘 했을 것'이라는 질문에 2위로 뽑힌 선수는 '이종욱-육상'이고, 그럼 1위는? '최준석-씨름'이 선정됐다.



코치들로부터 '신인 같지 않다. 경기에 집중하여 공을 노려보는 모습을 보면 꼭 싸움닭처럼 무서운 데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예 민병헌 선수. 그러나 평소 그의 모습을 보면 '싸움닭'의 이미지는 전혀 찾을 수 없다. 항상 밝은 미소로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는 베어스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멋진 미소를 가진 '일등 매력 미소 男'으로 꼽을만하다.

그는 덕아웃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선수이기도 한데, '신인이라 출장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경기에 뛰지 않을 때는 동료 선수들의 힘을 북돋워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며 쉴 새 없이 파이팅을 외치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선 전광석화와 같은 투구를 선보이지만, 랜들은 음악을 좋아하는 부드러운 남자다. 단지 음악을 좋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작사, 작곡을 할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다. 한 번 들은 노래는 즉석에서 코드를 잡아 기타를 칠 정도. 전지훈련을 갈 때도 항상 자신의 통기타를 가지고 가는 그는 휴식 시간엔 꼭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랜들의 부인도 마찬가지여서, 둘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지난 달에는 집 있는 시간이 워낙 많아 에어컨을 계속 사용해 전기료만 100만 원에 육박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주) 두산 사보 2006년 8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