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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수다

9/21 빈필 내한공연 관람 후기

으아 30분 넘게 쓴 글을 올리고 수정했는데 날아갔군요.
아무 생각이 안듭니다. ㅠㅜ
어찌 복구해야할지 울먹울먹 ㅠㅜ 화가 나네요 ㅠㅠ

화를 꾹꾹 누르고 다시 쓰려고 노력해봅니다. 지금 안쓰면 못 쓸거 같아서요. 원 글과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 좋아질지 나빠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짧고 간략하게 쓰고 수정을 통해 복구해야겠죠.

(먼저 이 글은 전문적인 리뷰가 아니라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제가 그냥 느낌을 적은 글이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지난 여름에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빈필의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에 가는데 음악회 한 번은 가야하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에서 출발해서, 그래도 오스트리아면 빈필의 공연을 보고 와야지 했는데, 제가 오스트리아에 가는 7월에는 빈에서 빈필의 공연이 없어서 여행 루트를 틀어서 짤쯔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필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예매를 하면서 다니엘 바렌보임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제가 공연을 보면서 정말 행복했고, 너무 좋아서 같이 갔던 남자친구와 다음에 또 와서 이번처럼 공연 하나를 보는게 아니라 공연 여러 개를 보자고 이야기 하고 돌아왔습니다.

귀국하고 몇 주 뒤, 남자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어제 사고를 쳤다고 하더군요. 뭘 잃어버렸나 하고 이야기를 듣는데, 빈필의 내한 공연을 예약한 것이었습니다. 사고를 쳤다고 한 것은 공연의 가격도 가격인데다, 그 날 공연에 갈 수 있을지 확실치가 않아서였죠. 그날 그날 스케쥴이 결정되는 신분이라 ㅠㅜ. 아니나 다를까 개강 첫 날 학교에 갔더니 9월 21일은 방과 후 세미나가 있더군요. 다행히 미리 취소 되는 바람에 음악회에 참석할 수 있었구요. 공연 날인 어제도 학교에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었지요.

짤쯔부르크에서 공연을 보기 전에 가능하면 포멀한 차림으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행 짐을 꾸릴 때, 남자친구에게는 정장을 가져올 것을 강요했고, 저는 약간 캐주얼한 원피스를 챙겨갔는데, 마치 연예인들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차림 같은 그 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축제에 참여하는구나 라는 기분이 들어서 즐거웠던 한 편, 좀 부끄러웠지요. 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이번 공연에는 뭘 입고 가야하나 고민했는데, 제가 워낙에 옷이 없는지라 결국 그때 입었던 그 옷을 또 입고 갔는데, 역시 여기는 한국이었습니다. :)  한껏 드레스를 차려입고 왔던 그곳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분들은 그냥 평상시 옷차림이더군요. 그나마 포멀하신 분이 투피스 정장 정도였습니다.

좌석은 3층 박스석을 예매해 갔는데,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좀 일찍 입장했는데 좌석에 앉아보니 무대의 절반이 가리더군요. 앞 자리 사람의 움직임도 신경쓰이고... 공연 내내 엉덩이만 살짝 의자에 걸치고 몸을 앞으로 빼서 봤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휘자도 안 보여서 ㅠㅜ. 이런 줄 알았더라면 박스석 예매를 안했을텐데요. 이게 20만원짜리 자리라니 믿을 수가 없더군요.  처음에 남자친구가 예매했던 표는 티켓링크에서 이틀 안에 입금을 안하면 예매 취소가 되는 줄 모르고 있다가 날려버려서 제가 다시 예매를 하면서 여러 자리를 확보하고 그 중에 좋은 자리를 고른 것이었거든요. 박스석 맨 뒷줄이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 좋다는 기사에 현혹되어 박스석을 선택했는데, 원래 확보했었던 2층 가운데 자리를 보니 괜히 속상하더라구요. " 잊지않겠다. 예술의 전당 박스석!"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불행 중 다행은 오른쪽 박스석이라 사라 장의 모습은 잘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공연은 그럭저럭 좋았습니다. 짤쯔부르크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터라 좀 많이 기대했었는데, 공연장에 실망을 하고, 또 앞자리 분이 신경 쓰이다 보니 초반에는 공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라 장이 나왔을 때부터 화려한 몸짓과 기교에 감탄하고 하다보니 역시 즐거운 경험이 되었습니다. 공연은 후반부로 갈수록 좋았습니다. 처음 모차르트 교향곡 36번은 앞서 말한 상황 때문인진 몰라도 그냥 그랬구요. 사라 장의 치고이네르바이젠부터 인터미션을 거쳐 슈만의 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9번을 듣는데 뒤로 갈수록 좋더군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 때는 자리도 마지막 줄이고 해서 아예 서서 봤습니다. 가려진 저음부 악기의 모습도 보고 싶었거든요. 왠지 서서보면 소리도 더 잘 들릴 것 같고 해서. (원내생이 된지 얼마 안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 있는 데는 이력이 난 원내생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서서 봤는데도 무대에 안 보이는 곳이 있었다는 사실.) 나오면서 남자친구에게 공연이 후반부로 갈 수록 좋았다고 이야기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지휘자인 게르기예프의 장기인가 보더라구요. 여러 분들이 게르기예프의 쇼스타코비치를 본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하시는걸 보면 말이죠. 워낙 음악에 문외한이라 막귀인줄로만 알았는데, 연합뉴스에 난 공연 리뷰에서도 어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에 대해 극찬하는 걸 보면 저도 아주 막귀는 아닌가봐요. 어쩌면 좋은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앵콜 곡이 맘에 들어서 궁금했는데 go classic에서 보니 Josef Strauss의 폴카 'Ohne Sorgen' op.271 이라더군요. 단원들이 "하하하하" 소리를 내며 악기를 연주하는데 밝고 씩씩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곡의 제목이 우리말로 "걱정일랑 벗어버리고" 라던데 정말 모든 걱정을 벗어버린 모습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빈 공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다가 안내요원에게 제지를 당했습니다. 짤쯔부르크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었는데, (그 때 카메라를 물품 보관소에 맡겨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빈 공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문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앵콜 곡이 끝나고 자리에 앉아 있는 단원들도 몰래 플래시없이 살짝 찍었는데 그때는 안 걸렸고, 빈 공연장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다가 걸렸지요.) 어쨌든 사진을 삭제당하지는 않아서 나중에 사진을 받게 되면 첨부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신데렐라의 마법도 풀리고, 지하철에서 부대끼며 집에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더군요. 인터넷으로 공연에 대한 정보 좀 찾아보다 뻗어서 잤는데 어찌나 피곤했던지, 꼭 가려고 마음 먹었던 연고전 야구 경기도 못가고 집에서 중계로 봤습니다.

공연을 보고나서 부끄러운 것이 있다면 짤쯔부르크 페스티벌이나 이번 공연이나 예습을 하고 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연주곡에 대해 미리 많이 감상해보고 공부하고 간다면 최소한 2배는 더 감동적일 것 같은데 말이죠. 공연을 보고나니 다른 공연을 또 보고 싶어지던데, 언제가 되든 다른 공연에 또 가게 된다면 이번엔 꼭 예습을 해가야겠습니다.

p.s 짤쯔부르크의 추억이 생각나서 실황음반을 구하려고 찾아봤는데 발매가 안 될듯 하네요. 제가 본 공연을 오스트리아 국영방송(?)에서 8월에 방송한다고 해서 음반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꼭 갖고 싶었거든요.